
목차
- 기습추행 처벌의 절대적 전제, ‘구성요건’의 법률적 의미
- 첫 번째 요건: 폭행으로 간주되는 ‘기습적인 유형력의 행사’
- 두 번째 요건: 객관적 잣대로 평가되는 ‘추행성’의 인정 여부
- 세 번째 요건: 범행을 스스로 인식하고 의도한 ‘고의성’
- 요건의 틈새를 파고드는 철저한 법리적 방어의 중요성
1. 기습추행 처벌의 절대적 전제, ‘구성요건’의 법률적 의미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이나 지인으로부터 신체 접촉을 이유로 고소를 당하게 되면, 억울한 마음에 무작정 경찰서에 찾아가 결백을 호소하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형사법의 세계에서는 감정적인 호소만으로 혐의를 벗을 수 없습니다.
우리 법은 어떤 사람의 행동을 범죄로 규정하고 국가가 형벌을 내리기 위해서, 반드시 법률에 적혀 있는 일정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어야만 한다고 정해두었습니다. 이를 형사법 용어로 ‘범죄의 구성요건’이라고 부릅니다.
기습추행 역시 본질적으로는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속하므로,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폭행(유형력의 행사), 추행성, 고의성이라는 세 가지의 뼈대가 되는 구성요건이 완벽하게 증명되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피의자 입장에서 방어를 준비할 때는 이 세 가지 요건 중 단 하나라도 본인의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논증해 내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각 요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2. 첫 번째 요건: 폭행으로 간주되는 ‘기습적인 유형력의 행사’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관문은 상대방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가했는지 여부입니다.
일반적으로 폭행이라고 하면 사람을 때리거나 강하게 억압하는 물리적인 힘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습추행 사건에서 대법원이 바라보는 폭행의 범위는 훨씬 넓고 유연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미처 반항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신체를 만지는 이른바 ‘기습적인 물리력의 행사’ 그 자체를 하나의 폭행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본인은 강제적인 힘을 쓰지 않았다고 항변하더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닿은 접촉이라면 법적으로는 첫 번째 요건인 폭행(유형력)이 인정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이 요건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접촉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거나, 신체가 닿은 것은 맞지만 그것이 인파에 떠밀리는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부딪힘이었음을 입증하여 ‘폭행의 의도를 가진 물리력의 행사’가 아니었음을 주장해야 합니다.
3. 두 번째 요건: 객관적 잣대로 평가되는 ‘추행성’의 인정 여부
유형력의 행사가 인정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신체 접촉이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추행’에 해당해야만 두 번째 요건이 충족됩니다.
추행이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도덕관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여기서 많은 피의자들이 치명적인 오해를 합니다. “나는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거나 “만진 부위가 성감대가 아닌 팔뚝이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신체의 특정 부위만을 떼어놓고 추행 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 추행성 판단 시 법원이 고려하는 객관적 기준들 | 피의자의 올바른 방어 논리 |
| 사건 당시의 전후 맥락 | 접촉이 발생하기 전후로 나눈 대화나 상황이 성적이지 않고 일상적이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
| 두 사람의 평소 관계 | 직장 동료, 친한 친구 등 평소에도 가벼운 스킨십이나 장난이 오가던 관계였음을 객관적으로 소명합니다. |
| 사건이 발생한 장소의 특성 | 밀폐된 공간이 아닌, 공개적이고 타인의 시선이 닿는 장소에서 일어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음을 강조합니다. |
위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추행의 요건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내면의 의도를 호소할 것이 아니라 당시의 분위기, 장소,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하여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줄 만한 수준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4. 세 번째 요건: 범행을 스스로 인식하고 의도한 ‘고의성’
마지막으로 살펴볼 세 번째 요건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 즉 ‘주관적 고의성’입니다.
형법은 기본적으로 실수로 저지른 일(과실)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벌하지 않으며, 스스로 범죄 사실을 인식하고 행한 고의범만을 처벌합니다. 기습추행에 있어서 고의성이란, ‘내가 지금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갑작스럽게 신체를 만져 추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만약 만원 지하철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다가 상대방의 신체를 짚게 되었거나, 좁은 식당 통로를 지나가다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신체가 접촉된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요?
물리적인 접촉(유형력)이 있었고 상대방이 불쾌감(추행성)을 느꼈다 하더라도, 본인에게는 추행을 하려는 고의가 전혀 없었으므로 범죄의 구성요건이 완성되지 않아 무죄가 됩니다. 이 경우 당시 상황이 얼마나 혼잡했는지, 본인이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외부적 요인은 무엇이었는지를 현장 CCTV나 목격자 진술을 통해 입증하여 고의성을 완벽하게 조각(배제)시켜야 합니다.
5. 요건의 틈새를 파고드는 철저한 법리적 방어의 중요성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기습추행이라는 무거운 죄명은 폭행(유형력), 추행성, 고의성이라는 세 가지의 톱니바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갈 때만 성립합니다.
경찰 조사에 임하는 피의자라면, 억울하다는 감정은 잠시 내려놓고 본인의 상황이 이 세 가지 요건 중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법적으로 빗나가는지를 냉철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입증하여 처벌을 내리려 할 것이므로, 섣부른 자백이나 횡설수설하는 진술은 범죄의 톱니바퀴를 피의자 스스로 끼워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고소를 당한 즉시, 형사 사건의 구성요건을 정확히 분석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첫 경찰 조사부터 치밀하고 논리적인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