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법조문 확인
■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개정 2012.12.18)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는 것은 강제추행죄와 동일한 법정형, 즉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형법 제300조에 의해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법조문을 분석하면, 이 죄의 구성요건은 크게 ①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피해자의 상태), ②그 상태를 ‘이용’할 것(이용 관계), ③추행(행위 요건), ④고의(주관적 구성요건)로 나눌 수 있습니다.
2. 구성요건 ① —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 심신상실의 의미
‘심신상실(心身喪失)’이란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대법원 2019.3.28. 선고 2018도9781 판결 참조). 쉽게 말해, 자신에게 성적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심신상실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수면 상태(깊이 잠들어 있는 경우), 만취(술에 매우 취하여 의식이 없거나 판단력이 상실된 상태), 약물에 의한 의식 상실, 중증 지적장애로 성적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 항거불능의 의미
‘항거불능(抗拒不能)’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00.5.26. 선고 98도3257 판결). 이 정의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이라는 표현과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는 표현입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보다 넓은 개념으로, 의식은 있으나 물리적·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항거불능이 인정된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형 | 구체적 사례 |
|---|---|
| 물리적 항거불능 | 포박된 상태, 신체 구속 상태, 중대한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 |
| 심리적 항거불능 | 의사가 치료를 가장하여 추행한 경우, 종교적 권위를 이용한 경우, 친족관계에서의 신분적·정서적·경제적 종속 상태 |
| 수면에 가까운 상태 | 어렴풋이 의식은 있으나 깊은 수면 상태에 가까워 상황 판단이나 저항이 곤란한 경우 |
| 음주에 의한 항거곤란 | 완전한 의식 상실(심신상실)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심하게 취하여 상황 판단이나 물리적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
■ 핵심쟁점: ‘항거불능’의 판단 기준
항거불능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준강제추행죄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297조(강간)·제298조(강제추행)와의 균형을 고려하여 항거불능을 해석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준강제추행죄의 ‘심신상실·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불법’이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으로 인해 발생한 대항능력의 결여 상태’와 상응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단순히 행위자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경우나, 거절하기 어색한 분위기에 휩쓸린 경우 등은 항거불능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례는 피해자들이 종교적 신앙심에서 목사인 피고인의 요구에 응하였으나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 사안에서,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0.5.26. 선고 98도3257 판결).
3. 구성요건 ② — ‘이용’ (상태와 행위의 연결)
■ ‘이용하여’의 의미
준강제추행죄는 단순히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의 사람에게 추행한 것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행위자가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하여야 합니다. ‘이용한다’는 것은 행위자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였을 뿐 아니라, 그 상태 때문에 추행이 가능하였거나 용이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그 상태가 추행의 ‘동기’가 되었을 것까지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다른 목적이었더라도 피해자가 만취 상태에 있음을 인지한 후 그 기회를 틈타 추행에 나아갔다면 ‘이용’의 요건이 충족됩니다.
■ 핵심쟁점: 행위자가 상태를 ‘야기’한 경우
실무에서 문제되는 것은, 행위자가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직접 만들어 낸 경우(예: 음료에 수면제를 타서 마시게 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판례는 행위자가 피해자를 심신상실 상태에 빠뜨린 후 그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 경우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입니다. 나아가, 사안에 따라서는 약물 투여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여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4. 구성요건 ③ — 추행
■ ‘추행’의 의미
준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은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4.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 강제추행과의 핵심 차이: 폭행·협박이 불필요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해야 성립하지만, 준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 대신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의 이용’이 그 자리를 대체합니다. 즉, 두 죄는 추행이라는 결과는 동일하되, 그 수단이 다릅니다. 강제추행은 유형력(물리적 힘)을 수단으로 삼고, 준강제추행은 피해자의 무방비 상태를 수단으로 삼는 것입니다.
5. 구성요건 ④ — 고의
■ 고의의 내용
준강제추행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행위자가 다음 두 가지를 모두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입니다. 둘째, 그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입니다. 만약 행위자가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에 있다고 착각하고 신체 접촉을 한 경우(예: 합의된 관계라고 오인한 경우)에는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착각이 합리적이었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엄격하게 판단됩니다.
■ 핵심쟁점: 피해자의 상태에 대한 착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3.28. 선고 2018도16002)에서는, 준강간·준강제추행죄의 객체(범행 대상)가 ‘사람’ 일반이 아니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나 행위자가 그러한 상태에 있다고 착각하고 추행에 나아간 경우에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므로 준강제추행의 기수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4.4.12. 선고 2021도9043 판결 참조).
6. 구성요건 종합 정리
| 구성요건 | 의미 | 인정되는 경우 | 부정되는 경우 |
|---|---|---|---|
| 심신상실·항거불능 | 판단능력 상실 또는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현저히 곤란한 상태 | 깊은 수면, 만취·인사불성, 약물에 의한 의식 상실, 포박, 치료 가장, 종교적 권위·친족관계에 의한 심리적 지배 | 단순히 거절이 어색한 분위기, 마지못해 응한 경우, 정상적 대화가 가능한 상태 |
| 이용 |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고 그 상태로 인해 추행이 가능·용이해졌을 것 | 만취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기회를 틈타 추행, 수면 중인 피해자에게 접근 |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
| 추행 |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 신체의 성적 부위 접촉, 키스 강요, 옷 위로 성적 부위 만지기 등 | 성적 의미 없는 단순 접촉 |
| 고의 | 피해자의 상태 인식 + 그 상태를 이용한 추행 인식 | 만취 상태를 인지하고 접근, 수면 중임을 알면서 추행 | 합의된 관계라고 합리적으로 오인한 경우 |
7. 강제추행죄와의 비교
준강제추행죄와 강제추행죄는 법정형이 동일(10년 이하 징역 / 1,500만 원 이하 벌금)하지만, 구성요건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어떤 사안에 어느 죄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수사와 재판의 쟁점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구분 | 준강제추행 (형법 제299조) | 강제추행 (형법 제298조) |
|---|---|---|
| 추행의 수단 |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의 이용 | 폭행 또는 협박 |
| 피해자의 상태 | 이미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음 | 행위자의 유형력에 의해 저항이 곤란해짐 |
| 법정형 | 10년 이하 징역 / 1,500만 원 이하 벌금 | 동일 |
| 미수범 처벌 | 처벌 (형법 제300조) | 처벌 (형법 제300조) |
| 전형적 사례 | 만취·수면 중인 피해자에 대한 추행 | 힘으로 제압하거나 위협하여 추행 |
| 핵심 쟁점 |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 인정 여부 | 폭행·협박의 정도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수준인지 |
8.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쟁점
■ 음주와 심신상실·항거불능의 경계
준강제추행 사건의 상당수는 음주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이때 핵심 쟁점은 피해자의 음주 정도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에 이르렀는지 여부입니다. 단순히 ‘술에 취한 상태’만으로는 부족하고, 의식이 없거나 상황 판단·물리적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음주량, 혈중알코올농도, 행위 전후의 행동(스스로 이동 가능 여부, 대화 가능 여부 등),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여 이를 판단합니다.
■ 수면 상태와 의식의 정도
잠을 자고 있는 사람에 대한 추행은 준강제추행의 전형적인 유형입니다. 다만, 피해자가 추행 도중 잠에서 깨어난 경우, 그 시점 이후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판례는 피해자가 잠결에 어렴풋이 인식하면서도 상황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여전히 심신상실에 가까운 상태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가 완전히 각성하여 거부 의사를 표시한 이후에도 계속 추행하였다면 그 부분은 강제추행이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 불능미수의 인정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도16002)은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법리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판결 이전에는 피해자가 실제로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던 경우 준강간·준강제추행의 미수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었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 죄의 객체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사람’으로 한정됨이 명확해졌고, 피해자가 실제로 그러한 상태에 있지 않았으나 행위자가 그렇다고 착각한 경우에는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법원 2024.4.12. 선고 2021도9043 판결에서 이 법리가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정리
준강제추행죄(형법 제299조)가 성립하려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그 상태의 이용, 추행, 고의라는 네 가지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법정형은 강제추행죄와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이 죄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이며, 특히 음주 상황에서 그 경계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가 실무적으로 매우 치열하게 다투어집니다. 또한, 강제추행죄와 달리 폭행·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무방비 상태를 수단으로 삼는다는 구조적 차이가 있으므로, 수사와 재판에서 다루어지는 쟁점도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피해자의 음주 정도·의식 상태, 행위자의 인식, 행위의 태양 등)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혐의를 받는 경우 전문 변호사를 통한 정확한 법적 검토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