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법조문 확인
■ 형법 제301조(강간 등 상해·치상)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부터 제300조까지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2012.12.18)
이 조문에서 ‘제298조의 죄’가 강제추행, ‘제299조의 죄’가 준강간·준강제추행, ‘제300조의 죄’가 이들의 미수범입니다. 따라서 강제추행치상죄뿐 아니라 준강제추행치상죄, 강제추행미수치상죄도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됩니다. 또한, 강간치상죄와 유사강간치상죄도 같은 조문에 규정되어 있어 법정형이 동일합니다. 법조문을 분석하면, 이 죄의 구성요건은 크게 ①기본 범죄(강제추행 등)의 성립, ②상해의 발생, ③기본 범죄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2. 구성요건의 구조 — 결과적 가중범이란
■ 결과적 가중범의 의미
강제추행치상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이 죄가 결과적 가중범(結果的 加重犯)이라는 점입니다. 결과적 가중범이란, 기본 범죄(강제추행)를 저지른 사람이 그 범행으로 인해 더 무거운 결과(상해)가 발생한 경우, 기본 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는 범죄 유형을 말합니다. 결과적 가중범의 핵심적 특징은 상해에 대한 ‘고의’가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즉, 행위자가 피해자를 상해할 의도 없이 강제추행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상해에 대한 고의가 없더라도 강제추행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해 결과의 발생에 대해 적어도 과실(주의의무 위반)이 있거나, 상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 법정형의 무거움 — 벌금형이 없다
강제추행치상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이는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 강제추행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와 비교하면 법정형의 하한이 5년 징역으로, 형량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추행 과정에서 경미한 상해가 발생했을 뿐인데 법정형이 이처럼 급격히 뛰어오르는 점이 이 죄의 가장 큰 실무적 쟁점입니다.
3. 쟁점 1 — ‘상해’의 의미: 어디까지가 상해인가
■ 대법원이 정의하는 상해
강제추행치상죄에서 ‘상해’란,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정의는 단순 상해죄(형법 제257조)에서의 상해와 동일한 개념입니다.
■ 경미한 상처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쟁점은 강제추행치상죄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핵심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입은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별도의 치료가 필요 없고,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을 정도라면, 이는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9.7.23. 선고 2009도1934 판결 참조). 이 판례의 실무적 의미는 매우 큽니다. 추행 과정에서 피해자의 팔이나 가슴에 경미한 찰과상이 생긴 경우, 그 찰과상이 자연 치유될 수 있는 정도라면 상해에 해당하지 않아 강제추행치상죄가 아닌 단순 강제추행죄만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추행죄와 강제추행치상죄의 법정형 차이가 매우 크므로,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고인에게 사실상 인생을 결정짓는 쟁점이 됩니다.
■ 상해에 해당하는 경우와 해당하지 않는 경우
| 구분 | 상해 인정 | 상해 부정 가능 |
|---|---|---|
| 신체적 상해 | 골절, 열상(찢어진 상처), 일정 기간 치료가 필요한 타박상, 치아 손상 | 치료 없이 자연 치유되는 경미한 찰과상·멍,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미한 발적 |
| 정신적 상해(PTSD 등) | 의학적 진단을 받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 | 일시적 정신적 충격, 단순 불쾌감·수치심 (의학적 진단 미달) |
■ 핵심쟁점: 정신적 상해(PTSD)도 상해에 해당하는가
최근 실무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쟁점 중 하나는, 강제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도 형법 제301조의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정신적 기능의 훼손도 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의학적으로 진단된 PTSD나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이 강제추행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상해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성범죄 피해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일시적인 정신적 충격이나 수치심, 불쾌감 자체만으로는 상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정신적 상해가 인정되려면, 의료기관의 의학적 진단을 통해 특정 정신질환으로 확인되어야 하며, 그 정신질환이 당해 강제추행과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정신적 상해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쟁점 2 — 인과관계: 상해가 강제추행으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
■ 인과관계의 의미
강제추행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상해의 결과가 강제추행의 수단으로 사용한 폭행, 추행행위 그 자체, 또는 강제추행에 수반하는 행위로부터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강제추행과 무관한 원인으로 발생한 상해는 이 죄의 ‘상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핵심쟁점: 추행의 ‘수단’으로서의 폭행과 별개의 폭행
이 쟁점은 실무에서 매우 빈번하게 문제됩니다. 대법원 2009도1934 판결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먼저 피해자와 술값 문제로 시비하다가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려 비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혔고, 그 후에 별도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져 강제추행을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먼저 이루어진 폭행(밀어 넘어뜨리기) 당시부터 강제추행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폭행은 강제추행의 수단으로서의 폭행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그 폭행으로 인한 상해(비골 골절 등)와 이후의 강제추행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례의 실무적 시사점은, 폭행과 추행이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여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폭행이 추행의 수단이 아닌 별개의 동기(예: 시비,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강제추행치상죄가 아닌 강제추행죄와 상해죄가 각각 별도로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유형과 부정되는 유형
| 상해의 원인 | 인과관계 | 적용 죄명 |
|---|---|---|
| 추행행위 그 자체로 인한 상해 (예: 가슴을 세게 움켜쥐어 멍·타박상 발생) | 인정 | 강제추행치상 |
| 추행의 수단인 폭행으로 인한 상해 (예: 저항하는 피해자를 밀쳐 넘어뜨려 골절) | 인정 | 강제추행치상 |
| 추행에 수반하는 행위로 인한 상해 (예: 추행에서 벗어나려다 넘어져 골절) | 인정 | 강제추행치상 |
| 추행과 무관한 별개의 폭행으로 인한 상해 (예: 시비 중 밀쳐 넘어뜨린 후, 나중에 별도로 추행) | 부정 | 강제추행 + 상해 (별도 죄) |
| 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 (예: PTSD 진단, 의학적 인과관계 인정) | 인정 가능 | 강제추행치상 |
■ 피해자가 도주 중 입은 상해도 포함되는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유형으로, 피해자가 강제추행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부딪혀 상해를 입은 경우가 있습니다. 판례는 이러한 상해도 강제추행에 수반하는 행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상해가 추행행위 그 자체에서 직접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추행을 피하기 위한 피해자의 행동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쟁점 3 — 이중처벌의 금지
■ 고의 상해죄로 처벌한 상해를 치상의 상해로 다시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9도1934 판결은 또 하나의 중요한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고의범인 상해죄로 이미 처벌한 상해를, 결과적 가중범인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로 다시 인정하여 이중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 법리의 실무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후 별도로 추행한 사안에서, 검사가 폭행에 의한 상해를 상해죄(또는 폭처법 위반)로 기소하면서 동시에 같은 상해를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로도 기소한 경우, 동일한 상해에 대해 이중으로 처벌받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강제추행치상 부분에서 해당 상해를 제외해야 합니다.
6. 쟁점 4 — 준강제추행치상죄의 특수성
■ 준강제추행 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한 경우
형법 제301조는 제299조(준강간·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따라서 준강제추행을 범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준강제추행은 폭행·협박이 아닌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는 범죄이므로, 상해가 발생하는 경위가 강제추행과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수면 중인 피해자를 추행하다가 피해자가 깨어나 놀라서 침대에서 떨어져 골절상을 입은 경우, 추행행위에 수반하는 행위에서 발생한 상해로 보아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술에 만취한 피해자를 추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체에 물리적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7. 쟁점 5 — 법정형의 형평성 문제와 작량감경
■ 경미한 추행 + 경미한 상해 =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강제추행치상죄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은, 추행의 정도와 상해의 정도가 모두 경미한 경우에도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되어 있어 형벌의 비례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조항은 강간치상·유사강간치상·강제추행치상의 법정형을 모두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의 정도가 현저히 다른 강간과 강제추행을 동일한 형으로 처벌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해, 결합범적 구성요건에서 각각의 불법요소가 전체의 불법 크기에 본질적 차이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고, 법관이 구체적 양형으로 불합리한 점을 시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6.9.29. 선고 2014헌바183 결정 등 참조). 그러나 일부 사안(주거침입강제추행치상)에 대해서는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5.9.24. 선고 2014헌바436 결정).
■ 작량감경의 활용
실무에서는 추행과 상해의 정도가 모두 경미한 사안에서, 법정형의 하한(5년)이 지나치게 무거운 경우 작량감경(형법 제53조)을 통해 법정형의 하한을 낮추는 방법이 활용됩니다. 작량감경이 적용되면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감경할 수 있으므로, 5년의 하한이 2년 6월로 낮아져 집행유예(3년 이하의 징역형에 가능)의 선고도 가능해집니다.
8. 구성요건 및 핵심쟁점 종합 정리
| 쟁점 | 핵심 질문 | 결론을 가르는 요소 |
|---|---|---|
| 상해의 인정 여부 | 피해자의 상처가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는가? | 치료 필요성, 일상생활 장애 여부, 자연치유 가능 여부. 경미한 찰과상은 상해 부정 가능 |
| 정신적 상해 | PTSD 등 정신적 손상도 상해에 포함되는가? | 의학적 진단 여부, 강제추행과의 인과관계. 단순 충격·수치심은 불인정 |
| 인과관계 | 상해가 강제추행(수단 폭행, 추행 자체, 수반행위)으로 인한 것인가? | 폭행 시점에 추행의 범의 존재 여부, 상해가 추행과 별개의 동기에서 발생했는지 |
| 이중처벌 금지 | 고의 상해로 이미 처벌한 상해를 다시 치상의 상해로 인정할 수 있는가? | 동일 상해의 이중 평가 금지. 별개의 폭행에 의한 상해는 치상의 상해에서 제외 |
| 법정형의 형평성 | 경미한 추행+경미한 상해에도 5년 이상 징역이 적정한가? | 작량감경(하한 2년 6월로 감경)을 통한 집행유예 가능성, 양형기준 적용 |
정리
강제추행치상죄(형법 제301조)는 강제추행의 과정에서 상해 결과가 발생한 경우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급격히 뛰어오르는 결과적 가중범입니다. 이 죄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상해의 범위입니다. 피해자의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치료 없이 자연 치유되는 수준이라면 상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강제추행치상이 아닌 단순 강제추행으로 의율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정신적 상해(PTSD 등)도 의학적 진단이 뒷받침되면 상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인과관계입니다. 상해가 추행의 수단인 폭행, 추행행위 자체, 또는 추행에 수반하는 행위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추행과 별개의 동기에서 비롯된 폭행에 의한 상해는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셋째, 법정형의 형평성 문제입니다. 추행과 상해의 정도가 모두 경미한 사안에서 법정형 하한이 5년이라는 점은 실무적으로 큰 부담이지만, 작량감경을 통해 하한을 2년 6월로 낮춰 집행유예의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추행의 방법·정도, 상해의 종류·정도, 인과관계의 유무 등)에 따라 적용 죄명과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혐의를 받는 경우 전문 변호사를 통한 정확한 법적 검토를 권유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