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법조문 확인
■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20.5.19.)
법조문을 분석하면, 이 죄의 구성요건은 크게 ①공중밀집장소(장소적 요건), ②추행(행위 요건), ③고의(주관적 구성요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이 죄가 성립합니다.
2. 구성요건 ① — 공중밀집장소 (장소적 요건)
■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의미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범행 장소를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중(公衆)’이란 불특정 다수인을 의미합니다. 이 장소적 요건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판례가 대법원 2009.10.29. 선고 2009도5704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란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서로 간의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개방된 상태에 놓여 있는 곳을 모두 통칭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판례의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밀집하는’이라는 표현 때문에 만원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실제로 빽빽하게 몰려 있는 상황에서만 이 죄가 성립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한가한 시간대의 지하철이나 승객이 적은 버스 안이라 하더라도, 해당 장소가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개방되어 있다면 공중밀집장소에 해당합니다.
■ 공중밀집장소에 해당하는 구체적 장소
법조문에 예시된 대중교통수단(지하철, 시내버스, 시외버스, KTX 등)과 공연·집회 장소(콘서트장, 극장, 시위 현장 등) 외에도,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해당할 수 있는 곳은 매우 광범위합니다. 판례와 실무를 종합하면, 찜질방, 대형마트, 엘리베이터, 축제 현장, 놀이공원, 경기장, 백화점, 클럽 등이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 핵심쟁점: ‘밀집하는’ 장소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
이 장소적 요건은 이 죄에서 가장 첨예한 법리적 쟁점 중 하나입니다. 대법원이 ‘상시적으로 개방된 상태’로 넓게 해석함에 따라, 실제로 사람이 밀집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죄가 성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장소적 요건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면 죄형법정주의(법률이 미리 범죄와 형벌을 명확하게 정해 두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찜질방 수면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를 추행한 사안에서, 수면실이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바 있습니다. 판례는 찜질방이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개방된 장소라는 이유로 공중밀집장소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으나, 만약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곳’이라는 좁은 해석을 따른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3. 구성요건 ② — 추행 (행위 요건)
■ ‘추행’의 의미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1조의 ‘추행’을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6.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일한 기준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입니다(대법원 2013.9.26. 선고 2013도5856 판결 참조).
■ 폭행·협박이 필요 없다는 점 — 강제추행과의 핵심 차이
공중밀집장소추행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와 달리 폭행이나 협박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해야 성립하지만,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밀집한 군중 속에서 슬쩍 신체를 접촉하는 것처럼 유형력(물리적 힘)의 행사가 미약하거나 거의 없는 경우에도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별도로 신설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혼잡한 대중교통 등에서 폭행·협박 없이 이루어지는 추행을 기존 강제추행죄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 핵심쟁점: 추행과 단순 신체접촉의 경계
공중밀집장소의 본질적 특성상, 사람 사이의 신체접촉이 불가피하게 발생합니다. 만원 지하철에서 밀려서 타인의 신체에 닿는 것은 일상적인 일입니다. 따라서 ‘의도적인 추행’과 ‘밀집 환경에서의 불가피한 접촉’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가 이 죄에서 가장 핵심적인 실무 쟁점입니다. 법원은 이 구별을 위해 접촉 부위(성적 의미가 있는 부위인지), 접촉 방법(손으로 만지는 등 적극적 행위인지), 접촉의 지속 시간(순간적인지 반복적인지), 접촉 전후의 행동(피해자 쪽으로 의도적으로 접근했는지, 접촉 후 도주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지 못한 경우에도 성립하는가
이 점도 실무에서 중요한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추행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성적 수치심을 실제로 느끼지 못한 경우에도 공중밀집장소추행죄의 기수(범죄의 완성)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6.25. 선고 2015도7102 판결 참조). 즉, 추행 행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정도에 해당하면 족하며, 피해자가 실제로 그 사실을 알았거나 수치심을 느꼈을 것까지 요하지 않습니다.
4. 구성요건 ③ — 고의 (주관적 구성요건)
■ 고의의 의미
이 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에게 추행을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미필적 고의’란 “이런 접촉을 하면 추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행위한 경우”를 말합니다. 반드시 “추행을 하겠다”는 확정적 의사까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 핵심쟁점: 고의의 입증 방법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이를 직접 증거로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고의 판단의 간접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고의 판단 요소 | 고의 인정 방향 | 고의 부정 방향 |
|---|---|---|
| 접촉의 경위 | 피해자 쪽으로 의도적으로 이동·접근 | 차량 급정거·인파에 밀림 등 불가피한 상황 |
| 접촉 부위 |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 성적 의미가 있는 부위 | 어깨, 팔 등 일상적 접촉이 가능한 부위 |
| 접촉의 방법·지속성 | 손으로 만지기, 반복적·지속적 접촉 | 순간적 스침, 즉시 중단 |
| 접촉 전후의 행동 | 피해자 반응 후 도주, 시선 회피, 반복 접근 | 즉시 사과, 자리 이동 등 회피 행동 |
| 행위자의 상태 | 정상적 판단 가능 상태, 동종 전과 존재 | 장애로 인한 행동 특성, 심신미약 상태 |
대법원은 특히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인이거나 지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외관상 이례적인 언행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고의를 추단해서는 안 되며,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피고인의 장애 정도와 판단능력을 구체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5. 구성요건 종합 정리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구성요건을 한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성요건 | 의미 | 인정되는 경우 | 부정되는 경우 |
|---|---|---|---|
| 공중밀집장소 | 공중의 이용에 상시적으로 개방된 장소 | 지하철, 버스, 공연장, 찜질방, 대형마트, 엘리베이터 등 (한산한 시간대 포함) | 특정 소수만 출입 가능한 완전히 폐쇄적 사적 공간 |
| 추행 |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폭행·협박 불요) | 성적 부위의 의도적 접촉, 밀착, 기습적 신체접촉 | 혼잡으로 인한 불가피한 접촉, 성적 의미 없는 순간적 스침 |
| 고의 | 추행에 대한 인식과 적어도 미필적 용인 | 의도적 접근, 반복·지속적 접촉, 도주 행위 | 급정거로 인한 충돌, 장애로 인한 비자발적 행동 |
6. 강제추행죄와의 관계 — 적용 법조가 갈리는 기준
실무에서는 동일한 추행 행위가 공중밀집장소에서 발생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1조(공중밀집장소추행)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 중 어느 것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 두 죄의 구성요건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공중밀집장소추행 (제11조) | 강제추행 (형법 제298조) |
|---|---|---|
| 폭행·협박 | 불필요 | 필요 |
| 장소 제한 | 공중밀집장소로 한정 | 없음 |
| 법정형 | 3년 이하 징역 / 3,000만 원 이하 벌금 | 10년 이하 징역 / 1,500만 원 이하 벌금 |
| 전형적 행위 유형 | 군중 속에서 슬쩍 신체 접촉 | 힘으로 제압하여 추행 |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범행 장소가 공중밀집장소라고 해서 반드시 성폭력처벌법 제11조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판례는 공중밀집장소추행죄와 강제추행죄가 상호 모순·저촉된다거나 불법성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중밀집장소에서 폭행·협박을 수반한 추행을 한 경우에는 더 무거운 강제추행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느 죄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법정형이 크게 달라지므로, 이 구별은 실무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7. 비친고죄 — 피해자 고소 없이도 처벌 가능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비친고죄입니다. 비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하고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아닌 제3자(목격자 등)의 신고만으로도 수사가 개시될 수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검사가 기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양형(형량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참작 사유로 작용합니다.
정리
공중밀집장소추행죄(성폭력처벌법 제11조)가 성립하려면 공중밀집장소, 추행, 고의라는 세 가지 구성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죄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범위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실제로 밀집해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공중에게 상시적으로 개방된 장소이면 족하다고 넓게 해석하고 있어, 이 요건의 외연이 상당히 확대되어 있습니다. 둘째, 의도적 추행과 불가피한 접촉의 구별 문제입니다. 밀집 환경의 특성상 신체접촉이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접촉 부위·방법·지속 시간·전후 행동 등을 종합하여 추행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합니다. 셋째, 고의의 입증 문제입니다.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CCTV 영상과 피해자·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접촉의 부위·방법·정도, 장소의 혼잡도, 고의 여부, 전과 유무 등)에 따라 적용 법조와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혐의를 받는 경우 전문 변호사를 통한 정확한 법적 검토를 권유드립니다.
